결국 ‘사람’이 경쟁력이다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 빅데이터, 공유경제. 단어만 들어도 아리송한 용어들이 우리의 일상과 비즈니스 들어온 지 어느덧 몇 해가 지났습니다. 신기술 덕분에 내 살림살이, 내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상황은 좋아졌나요?
주변을 둘러보면 다들 경기가 안 좋다고 한숨 쉬지만 현재의 변화가 일시적인 경기 침체인지, 구조적인 산업 재편인지 직접 그 변화를 주도하는 선두 주자가 아닌 개인이나 기업은 알 길이 없습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막상 무엇부터,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할지 기업이나 개인 모두 막막하기만 합니다. 특히
나는 실리콘밸리에 있지도 않고 우리 회사는 IT 기업이 아닌 전통적인 산업에 속해 있는데, 도대체 무엇부터 해야 디지털 시대에 생존할 수 있을까?
IT기업도 플랫폼 기업도 아닌 기업들은 변화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해 엉뚱한 곳에 자원을 낭비하기도 합니다. 실시간 정보 공유와 소통이 가능한 경영정보시스템(MIS), 전사적자원관리(ERP), 회사 인트라넷을 막대한 비용으로 구축해 놓고 막상 내부 소통과 정보 공유, 결재는 대부분 여러 단계를 거쳐 종이 서류와 대면 보고로 진행합니다.
회사 전체를 혁신한다며 혁신을 전담할 신사업 부서를 신설하거나 전담자를 영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회사는 여전히 구시대적으로 운영되고, 신사업 부서는 매출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회사의 지원을 계속 받기 위해 불확실하지만 장기적이고 혁신적인 사업보다는 즉시 경영진의 관심을 끌고 재무부서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유행을 타는 이벤트성 사업에 몰두합니다. 다들 디지털과 4차 산업을 외치지만 정작 외피만 바뀌었을 뿐 경영방식과 문화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유럽 경제의 뼈대이자 제조업 강국 독일과 독일 기업들도 우리와 같은 고민에 빠져 있나 봅니다. 독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 컨설턴트이자 리더십 전문가로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상위 100대 기업 대다수를 자문하고 있는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는 제조업과 수출 강세로 유럽 경제를 이끄는 독일 기업들에게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제조 능력이나 제품 자체의 품질보다 연결과 창의성이 경쟁 우위가 되는 세상에서 독일 기업들이 경영의 근본부터 혁신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슈프렝어는 경영 혁신의 핵심을 “사람을 다시 기업에 끌어들이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기업가 정신을 상실하고 조직의 논리에 함몰되어 직원들을 내부 경쟁에 내몰고 고객을 위해서 헌신하기보다는 조직에 순응하게 만들며 창의성을 억압했던 과거와 이제는 결별할 때라는 것이죠.

‘기업은 기름칠이 잘 된 기계다.’ 이것은 오랜 시간 기업 경영을 지배해온 통념이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한 모든 것은 효율성을 위해 희생되었다. 특히 사람이 희생되었다. 사람은 생각은 하지 말고 일만 해야 했으며, 인격을 침해당해야 했다.
역설적이게도 사람을 가치창조의 영역으로 다시 끌어들인 것 또한 기술 발전이다. 디지털화에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능력이라는 자산에 대한 재평가 및 고평가다.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능성의 문이 열렸으며,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 이유는 시장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고 기술이 그것을 가능케 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디지털화는 앞날을 밝힐 횃불이 될 수도 있고 발목을 죄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_「머리말」
 
그는 기업들이 현재의 변화가 단순한 트렌드나 기술 발전이 아니라 사회적 변화임을 이해해야 답을 발견할 수 있다고 역설합니다. 변화의 핵심은 바로 문화이며, 사람을 다시 기업 활동의 중심에 세우는 기업문화의 대변혁이 요구되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기업의 경쟁력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는 더욱 더 사람에게 의존합니다. 오직 사람만이 궁극의 차이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 책이 출간된 후 세상이 바뀌어 책의 일부 내용이 이미 지나간 일이 될 수도 있다. 내가 책에서 예시로 든 기업들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로봇, 알고리즘, 딥러닝, 인공지능, 블록체인이니 하는 이야기는 이제 그만두도록 하자.
기술은 아이디어를 낳지 못한다. 아이디어가 기술을 낳는 것이다. 상품 제조가 지닌 가치는 갈수록 떨어지는 반면 정보, 연구, 디자인의 가치는 차츰 올라가고 있다. 기술은 개성이 전혀 없고 획일적이지만 사람은 그 안에서 차이를 만든다. 우리는 사회적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으며 그 변화의 핵심이 바로 문화다. _「들어가는 말」
 
그렇다면 어떻게 다시 사람을 기업 활동의 중심에 세울 것인가?
저자는 현대 산업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소외시켰다고 봅니다. 획일화된 대량생산 체제에서 사람들의 개성은 존중받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첨단 기술이 널리 보급되면서 제품과 서비스의 수준을 상향평준화하면서 사람만이 지닌 특성과 창의성의 가치가 다시 중요해집니다.
그러나 우리의 기업들은 조직화 과정에서 협력보다는 조직의 세분화, 전문화를 강조해 왔습니다. 관료화된 기업에서 직원 개개인에 대한 인위적인 ‘동기 부여’에 지나치게 몰두하면서 개인 성과 평가를 승진과 보너스에 연계시키는 보상제도가 널리 확산되었습니다.
저자는 개인 성과와 부서 성과를 평가해 보상하는 제도에 대단히 비판적입니다. 이러한 제도가 동료를 경쟁자로 만들고, 각 부서가 다른 부서에 거대한 장벽을 쌓는 사일로 문화를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특정 개인의 성과만 똑 떼어내어 보상하지 말고, 특정 개인에게 실패의 책임을 묻지 말고, 특정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아야 합니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을 통찰하여 공통의 문제에서 시작하라고 조언합니다.
 
자연스럽게 타인과 협력하도록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 학계에서는 이것을 ‘공통의 문제’라고 말한다. 즉 반드시 타인과 함께 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내가 타인과 공통된 문제를 안고 있을 때의 장점은 이기심과 이타심이 동시에 발휘된다는 것이다. 내가 타인을 도와야 내게도 유익한 일이 일어난다. 타인의 일이 잘 풀려야 내 일도 잘 풀린다. 꼭 ‘희생하지’ 않아도 된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인물과도 같이 일할 마음을 먹어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당신은 ‘타인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람’이 된다. _「2장 원칙 3. 공통의 문제에서 출발하라」
 
효율성 만능주의 탓에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창의력입니다. 기업에서 창의력은 점점 이질적인 개념이 되어 컨설팅 업체, 연구소 등의 외부업체에서 아웃소싱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회사 전체와 모든 직원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진정한 변화가 가능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학계의 연구 결과는 모든 평범한 사람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회사는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용하려고 애쓰거나 특별한 정책을 실시하기보다는 각 개인이 원래부터 지니고 있는 창의성을 짓밟지 않는 자유롭고 열린 분위기를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합니다.
다만 창의력과 혁신을 구별해야 합니다. 창의력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힘입니다. 혁신이란 새로운 것이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입니다. 창의성이 혁신으로 이어지는지 여부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재가공되고, 판매 상품으로 만들어져 궁극적으로 시장에서 인정받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자는 2017년까지 등록된 자율주행 차량 관련 특허의 82%는 독일에서 유래했지만, 자동차를 다시 한 번 새롭게 발명한 사람으로 꼽히는 인물은 일론 머스크라고 지적하며, 창의성을 혁신으로 이끌지 못하는 독일 기업들을 질타합니다. 독일 기업에 부족한 자질은 기술적인 창의력이 아니라 그것을 기업 차원에서 활용하는 행동력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기업들 역시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혁신은 고객의 문제를 인식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고민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창의력은 실험실에 고립된 괴짜를 통해서보다는 ‘이종 간의 협력’을 통해서 탄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친구, 지인, 전문가 혹은 완전한 문외한과 나누는 대화만큼 창의력에 도움이 되는 행동은 없습니다. 기업에 ‘사람’을 다시 끌어들이기,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고객, 협력, 창의성’을 다시 끌어들이기에 성공하는 기업만이 미래의 가능성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