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전체를 읽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아야 할까요?
 
 90년대 유행하던 벙거지 모자와 와이드 팬츠는 어째서 2020년의 이십대들에게 다시 사랑받게 된 것일까요? 전염병 유행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무엇을 예측하고, 준비할 수 있을까요? 시민운동의 노력은 어느 시점에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어느 순간 유행이 바뀌고, 어느 순간에 주식은 폭락하며, 어느 날 난데없이 자연재해가 일어나고, 뜻밖의 분위기 속에서 전쟁이 일어나기도, 평화의 사건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사건이 되고 현상이 되는 전체를 보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알아야 할까요?

얼음은 딱딱하지만 얼음을 이루는 물 분자 하나는 딱딱하지 않습니다. 물 분자 사이의 연결구조가 얼음의 딱딱함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하나의 존재로는 의미를 읽을 수 없어도, 많은 구성요소들이 모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때 전체는 새롭게 거시적인 특성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현상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을 ‘복잡계’라 부릅니다. 우리 인간사회 또한 대표적인 복잡계입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복잡하고 무질서해 보이는 복잡계의 ‘전체’를 읽을 수 있을까요?
 
복잡계는 시스템의 내부 구성요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구성요소 사이의 강한 연결은 하나의 구성요소에서 발생한 사건의 규모를 파급시켜 엄청난 규모의 격변을 만들 수도 있지요. 한 사람의 패셔니스타가 유행을 만들 수도 있고, 땅속 어딘가 바위 하나의 위치 차이가 지진의 규모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이 연결되었는지를 보는 것은 전체를 보는 것이고, 변화의 순간을 포착하는 일입니다. 부분과 전체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 그중 어떤 연결의 힘이 센지를 살피는 것은 복잡계 과학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입니다.
 
『관계의 과학』에서는 우리의 일상과 친구 관계에서부터 사회 현상과 재해 등 자연현상까지 어떻게 작은 부분들이 전체로서의 사건이 되고 현상이 되는지 통계물리학의 방법으로 조명합니다. 복잡한 세상의 숨은 규칙과 패턴을 연결망(Network)을 만들어 살펴보고, 연결고리를 찾아 전체의 의미를 읽습니다. 통계물리학자의 시선에서, 세상의 숲을 보는 법을 안내합니다.